본문 바로가기

독백

(6)
제 6장 곰이 어느 날 깨달았어요. 아 여우랑 붙어 다니면 나만 죽어나겠구나. 그래서 연을 끊고 지내던 어느 날 여우의 생일이었습니다. 평소 곰은 여우와 다니려고 하니 여우도 귀찮았겠죠. 그래서 여우의 친구들은 곰을 어색해하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여우도 생일파티에 곰을 초대하지 않았죠. 그.런.데. 이 소가 이 어리숙한 엄마가 학교에 갔다가 돌아온 딸내미를 바로 끌고 생일파티에 데려갔습니다. 가기 싫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스스로 친구 만들지도 못하면서 엄마가 가자할 때 가서 친구 한 명이라도 사귀라고. 거기 가서 끼니라도 해결하라고 밥 안 차려 줄 거라면서요. 초등학교 저학년한테.... 생일 선물 준비한 것도 없다고 하니 자신이 다 준비했다며. 여우 엄마에게 물어보니 필요한 걸 말해주더라는 겁니..
제 5장 어느 마을에 까탈스러운 여우가 하나, 소식통 고슴도치가 하나, 술고래 너구리가 하나, 어리숙한 소가 하나가 무리를 이루어 살았습니다. 이 넷은 조리원 동기였죠. 여우의 아들, 고슴도치의 딸, 너구리의 큰 딸, 소의 둘째 딸이 이 조리원에서 하루차이로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그림으로 설명하면 편할 텐데, 아쉽네요.) 이 조리원 동기라는 우정은 참으로 오래도 갔습니다. 자그마치 무려 약 15년. 우정으로 불러도 되나...? 그냥 같은 동네에 사니까 오프라인 맘카페 같은 느낌이었어요. 등장인물 소개를 해야겠죠. 까탈스러운 여우는 연년생으로 딸과 아들이 하나씩 있었어요. 여우는 정보가 빠른 편이었습니다. 인맥이 좋았거든요. 항상 새로 생긴 학원에 먼저 보내고 이 무리의 자식들을 학원에 등록시킨 후 자신의 아이는..
제 4장 4장은 3장과 내용이 이어집니다. 사실 대학생 때 엄마의 이야기는 아는 내용이 많지 않다. 결국 엄마는 스스로 돈을 벌어가며 대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갑자기 간 도시생활은 힘들 수밖에 없었기에 막 결혼한 이모들의 집에 전전하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시작했다. 제일 처음 한 알바는 서빙 알바였다. 뜨겁고 무거운 돌솥을 옮기며 손목은 나가고 젊은 나이에도 손이 성할 수 없었다. 다른 알바는 칼국수 집이었다. 그곳에서는 빠릿빠릿 일을 잘해서 계속 일을 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펑크가 나면 불러달라고 하거나 시간이 되는 시간에는 계속 있으면서 돈을 착실히 벌어 생활했다. 근로장학생도 했다. 예전엔 근로장학생이 아침 일찍 나가 교수님 커피를 준비하고 칠판을 청소하고 수업준비를 했다고 한다. 또 얹혀사는..
제 3장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듯이 엄마에게도 '원인' 이란 것이 있다. 엄마는 시골에서 나고자란 딸 중에 막내이다. 참 좋은 사람도 참 힘든 사람도 많은 집이다. 시골인 만큼 환경이 좋지도 않고 교육에서도 열악한 환경이었다. 아들은 대학에 가고 딸들은 일하러 가는 것이 당연한 그런 옛 시절 이야기이다. 또한 시골에서 벗어나는 것이 공부를 잘해서 도시에 있는 대학교를 나와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월급쟁이가 되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이었다. 엄마는 위에 오빠 하나 아래에 남동생 하나가 있었으니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매일 밭일하느라 바쁘셨던 외할머니는 많은 수의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새벽에 나가 밤늦게 해가 저물어도 밭일을 하셨다. 그것도 끼니해결만이 겨우 가능했던 때라 손위형제가 나가 ..
제 2장 이 글은 자세한 묘사가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난 동생을 질투하면서도 너무 사랑한다. 나랑 같은 부모를 겪어왔기에 동질감인 것 같으면서도 어릴 적부터 엄마가 주입시킨 책임감으로 인해 동생을 거의 자식처럼 생각할 때가 많다. 동생과 나는 그날만 생각하면 괴로워하는 날이 있다. 언제인지는 모른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나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책상에 앉아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왜 그렇게 엄마가 화가 나있었는지 엄마는 나를 의자에서 밀쳤고 난 의자에서 떨어져 바로 옆에 있던 벽에 몸을 부딪혔고 그 구석에서 내팽개쳐져 있었다. 엄마는 구석으로 나를 더욱 몰았고 난 뒤로 점점 물러났다. 엄마는 내 한..
제 1장 오늘 아기들의 눈을 가리고 촉감만으로 엄마를 찾는 영상을 봤다. 그 밑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아이에게 엄마는 온 우주인데' 나도 그랬다. 아직 그럴지도 모른다. 아직 난 외롭고 또, 괴롭다. 난 요즘 엄마의 솔직한 심정을 알고 싶다. 평소 본인은 잘못이 없다는 엄마에게 내가 보람, 자랑, 정상, 또, 도움이 되지 못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애정 어린 시선과 말투를 한 줌 얻어내기 힘들다. 평소 엄마는 나를 볼 때, 찡그리거나 징그럽다는 듯이 쳐다보거나 그냥 피곤하고 귀찮고 의심하는 눈빛이다.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건가? 내가 뭘 많이 잘못했나? 그리고 동생은 뭘 했지? 자신의 과거와 닮아서 안쓰러워서 잘해주면 그거 연민, 동정 아니야? 그럼 난 연민이나 동정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