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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제 6장

곰이 어느 날 깨달았어요.

 

아 여우랑 붙어 다니면

나만 죽어나겠구나.

 

그래서 연을 끊고 지내던 어느 날

여우의 생일이었습니다.

 

평소 곰은 여우와 다니려고 하니

여우도 귀찮았겠죠.

그래서 여우의 친구들은

곰을 어색해하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여우도 생일파티에

곰을 초대하지 않았죠.

 

그.런.데.

이 소가

이 어리숙한 엄마가

학교에 갔다가 돌아온

딸내미를 바로 끌고

생일파티에 데려갔습니다.

가기 싫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스스로 친구 만들지도 못하면서

엄마가 가자할 때 가서

친구 한 명이라도 사귀라고.

 

거기 가서 끼니라도 해결하라고

밥 안 차려 줄 거라면서요.

 

초등학교 저학년한테....

 

생일 선물 준비한 것도

없다고 하니

자신이 다 준비했다며.

여우 엄마에게 물어보니

필요한 걸 말해주더라는 겁니다.

 

무려 속옷을요...

런닝과 팬티...

그것도 시장에서 파는 걸...

종이 상자도 없었어요.

 

이건 자존심도 상하고

상대방에게 무례한 거였어요.

원래 속옷선물은

정말 친하거나

사랑하는 사이에 해주지 않나요?

 

소도 대놓고 주기엔 좀 그랬는지

검은 봉다리에 담아주더라구요.

 

또 그냥은 안 가니 화도 내고

때려서 데리고 갔죠.

 

가니 이미 어느 정도 생일파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검은 봉지를 손에 쥐여주고

초대받지도 않은

불청객인데

생일 주인공 맞은편에

떡하니 앉히자마자

선물 증정식이

시작됐어요.

 

다들 포장지에 싸인 선물을

두 손으로 주는데

곰은 그냥 검은색 봉다리를 

한 손으로 그냥 확 줘버리고

일어나서 나왔습니다.

 

당연히

소는 다시 곰을 앉혔죠.

 

아니... 시골에서 자라서

본인이 친구 별로 없었다고

사회성과 공감성이 저렇게 없냐구요...

 

곰은 그 진수성찬 앞에서

깨작댔어요.

 

그리고 다 같이 근처 놀이터로 놀러를 갔습니다.

여우는 친구들 앞에서 대놓고 곰한테

빠지라고 했죠.

 

그래서 곰은 마침 가기 싫었는데

그네 좀 타다가

똑같이 동떨어져 있는

동생인 고슴도치 딸내미를

그 집에 다시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갑자기 고슴도치 딸내미가 있는 게 이상하죠?

고슴도치랑 소는 둘이서 단합이 참 잘됬어요.

성격도 비슷하고 둘 다 자기 자식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끌고 다니기 바빴거든요.

 

그런데 모르는 게 있었죠.

소의 자식들은 고슴도치 자식들을 챙기기 바쁘고

고슴도치 자식들은 진짜 가만히만 있었어요.

 

고슴도치는

거기에 여우 동생이 있으니

고슴도치 딸내미도 같이 가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데리고 온 것이었습니다.

그냥 맘카페 모임이었어요.

그래도 너구리는 똑똑하게 본인만 왔습니다.

 

혹시 어머님들?

지나가다 이 글 보시게 되셨으면

깨달으시고

자식의 친구들에 대해서는 간섭을

안 해주셨으면 해요.

요새 급 따라 나눈다던데.

 

자식들 망치는 지름길이세요.

 

여기까지 보셨으면 곰이 저라는 건 아셨을 거예요.

소가 저희 엄마입니다.

답답하고 화나시는 부분이 있으셨을까요?

저는 20년 넘게

이런 가스라이팅을 당했습니다.

 

가스라이팅과 화를 동반한 육아는

자식의 마음에 상처를 유발합니다.

 

제발 알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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