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어느 날 깨달았어요.
아 여우랑 붙어 다니면
나만 죽어나겠구나.
그래서 연을 끊고 지내던 어느 날
여우의 생일이었습니다.
평소 곰은 여우와 다니려고 하니
여우도 귀찮았겠죠.
그래서 여우의 친구들은
곰을 어색해하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여우도 생일파티에
곰을 초대하지 않았죠.
그.런.데.
이 소가
이 어리숙한 엄마가
학교에 갔다가 돌아온
딸내미를 바로 끌고
생일파티에 데려갔습니다.
가기 싫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스스로 친구 만들지도 못하면서
엄마가 가자할 때 가서
친구 한 명이라도 사귀라고.
거기 가서 끼니라도 해결하라고
밥 안 차려 줄 거라면서요.
초등학교 저학년한테....
생일 선물 준비한 것도
없다고 하니
자신이 다 준비했다며.
여우 엄마에게 물어보니
필요한 걸 말해주더라는 겁니다.
무려 속옷을요...
런닝과 팬티...
그것도 시장에서 파는 걸...
종이 상자도 없었어요.
이건 자존심도 상하고
상대방에게 무례한 거였어요.
원래 속옷선물은
정말 친하거나
사랑하는 사이에 해주지 않나요?
소도 대놓고 주기엔 좀 그랬는지
검은 봉다리에 담아주더라구요.
또 그냥은 안 가니 화도 내고
때려서 데리고 갔죠.
가니 이미 어느 정도 생일파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검은 봉지를 손에 쥐여주고
초대받지도 않은
불청객인데
생일 주인공 맞은편에
떡하니 앉히자마자
선물 증정식이
시작됐어요.
다들 포장지에 싸인 선물을
두 손으로 주는데
곰은 그냥 검은색 봉다리를
한 손으로 그냥 확 줘버리고
일어나서 나왔습니다.
당연히
소는 다시 곰을 앉혔죠.
아니... 시골에서 자라서
본인이 친구 별로 없었다고
사회성과 공감성이 저렇게 없냐구요...
곰은 그 진수성찬 앞에서
깨작댔어요.
그리고 다 같이 근처 놀이터로 놀러를 갔습니다.
여우는 친구들 앞에서 대놓고 곰한테
빠지라고 했죠.
그래서 곰은 마침 가기 싫었는데
그네 좀 타다가
똑같이 동떨어져 있는
동생인 고슴도치 딸내미를
그 집에 다시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갑자기 고슴도치 딸내미가 있는 게 이상하죠?
고슴도치랑 소는 둘이서 단합이 참 잘됬어요.
성격도 비슷하고 둘 다 자기 자식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끌고 다니기 바빴거든요.
그런데 모르는 게 있었죠.
소의 자식들은 고슴도치 자식들을 챙기기 바쁘고
고슴도치 자식들은 진짜 가만히만 있었어요.
고슴도치는
거기에 여우 동생이 있으니
고슴도치 딸내미도 같이 가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데리고 온 것이었습니다.
그냥 맘카페 모임이었어요.
그래도 너구리는 똑똑하게 본인만 왔습니다.
혹시 어머님들?
지나가다 이 글 보시게 되셨으면
깨달으시고
자식의 친구들에 대해서는 간섭을
안 해주셨으면 해요.
요새 급 따라 나눈다던데.
자식들 망치는 지름길이세요.
여기까지 보셨으면 곰이 저라는 건 아셨을 거예요.
소가 저희 엄마입니다.
답답하고 화나시는 부분이 있으셨을까요?
저는 20년 넘게
이런 가스라이팅을 당했습니다.
가스라이팅과 화를 동반한 육아는
자식의 마음에 상처를 유발합니다.
제발 알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