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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제 2장

이 글은 자세한 묘사가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난 동생을 질투하면서도

너무 사랑한다.

나랑 같은 부모를 겪어왔기에

동질감인 것 같으면서도

어릴 적부터 엄마가 주입시킨

책임감으로 인해

동생을 거의 자식처럼

생각할 때가 많다.

 

동생과 나는

그날만 생각하면

괴로워하는 날이 있다.

 

언제인지는 모른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나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책상에 앉아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왜 그렇게 엄마가 화가 나있었는지

 

엄마는 나를 의자에서 밀쳤고

난 의자에서 떨어져

바로 옆에 있던 벽에 몸을 부딪혔고

그 구석에서 내팽개쳐져 있었다.

엄마는 구석으로 나를 더욱 몰았고

난 뒤로 점점 물러났다.

엄마는 내 한쪽 팔을 붙잡고 당기며

한쪽발로 내 명치와 목 사이를 밟으며

잘못했다고 얘기하라며

소리쳤다.

 

나는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숨이 막혔다.

 

그 와중에 등이 찌릿하고 따끔했다.

등 뒤에 있던 전선의 피복이 뜯어져서 살짝 벗겨져 있었는데

그 부분이 등에 닿아 전기가 통하며

아주 조금 감전이 되고 있었다.

 

엄마의 눈은 반쯤 돌아 있었다.

나를 끊임없이 몰아붙였다.

 

나는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그 당시에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었다.

내 동생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 상황을 떨며

지켜보고 있었다.

아빠는 문 밖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계속 발버둥 치다

겨우 죄송하다고 외치며

벗어났고

그 이후에 정신을 차린 후

다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듯이 있었다.

 

그날 그 이후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 동생과

그 얘기를 했다.

 

처음에

동생의 심정을 들었을 때

눈물이 펑펑 났다.

 

그 상황을 기억하고 있어줌에

고마웠던 것이 아니라

딸 같은 동생이

그 어린 나이에

그런 것을 보게 한 미안함,

그리고 그것을 간직하고 있음에

괴로웠을 마음이 너무

속상했다.

 

가끔

엄마에게

말을 해본다.

펑펑 울면서

그때 일을 사과해 줄 수 있냐고

 

그때마다 엄마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며

피곤하다는 듯이 회피해 버린다.

 

그럴 때마다 그저 답답하고

가슴이 공허하면서도

쥐어짜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다.

그런 날은 방에서

과호흡이 올 때까지

펑펑 울다가

잠이 든다.

 

 

당한 사람은 끝까지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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