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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제 3장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듯이

엄마에게도

'원인'

이란 것이 있다.

 

엄마는

시골에서 나고자란

딸 중에 막내이다.

 

참 좋은 사람도

참 힘든 사람도

많은 집이다.

 

시골인 만큼

환경이 좋지도 않고

교육에서도 열악한 환경이었다.

 

아들은 대학에 가고

딸들은 일하러 가는 것이 당연한

그런 옛 시절 이야기이다.

 

또한 시골에서 벗어나는 것이

공부를 잘해서

도시에 있는 대학교를 나와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월급쟁이가

되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이었다.

 

엄마는 위에 오빠 하나

아래에 남동생 하나가 있었으니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매일 밭일하느라 바쁘셨던
외할머니는
많은 수의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새벽에 나가 밤늦게 해가 저물어도
밭일을 하셨다.

 

그것도 끼니해결만이

겨우 가능했던 때라

손위형제가

나가 돈을 벌어

밑에 있는 동생들을

책임졌다.

 

당연히 엄마도

공부를 잘해서

대학교에 가고자 했다.

국민학교와 중 고등학교 내내

수와 우가 당연하고 미는 찾기 어렵고

양과 가는 없던 적이 많다.

 

항상 하던 말이 있다.

자신은 산에 나물 뜯고

밭일하고

소죽을 끓이고

똥을 싸면서도

쥐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춥디 추운 골방에서도

단어장이나 책을 놓지 않았다고.

 

그런데 학력고사 한 달 전,

엄마에게 떨어진 책 한 권.

 

농협에서 직원을

필기시험으로 성적순으로 뽑는다고.

진짜 열심히 공부하면, 붙으면,

대학교에 가지 않아도

안정적인 돈을 받으며

시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너를 대학교에 보낼 수 없으니

학력고사 공부를 하지 말고

이거나 공부해라."

라고.

 

엄마는 학력고사는

학원도 다니지 못했고

문제지 하나 사서 풀어보지 못했음을

알고 있기에

아주 잠시

학력고사 공부를 내려놓았다.

그래도 열심히 해왔으니

미련이 많이 남았기에

 

엄마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다.

책을 정말 깨끗이 보는 엄마인데도

한 달 만에 책을 통째로 외우고

책이 너덜 해질 정도로.

 

그리곤 바로 학력고사를 다시 준비했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그리고 당연히 붙을 거라 생각했지만

떨어졌다.

 

그리고

농협 그 지점장의

딸이

합격했다.

 

엄마는 그때 피눈물이 나며

너무 미웠다고 했다.

세상이, 가족이

그리고

자신이.

 

>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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